1월의 마지막 날 술을 마시네.

Amor Vincit Omnia라고 하잖아요. 여자 만날때마다 맨날 하는 말.
낄낄거리며 읊는다. 웃고 있던 옆자리의 누나가 더 웃는다.


한정판이란 것의 가치가 그런 것 아닐까. 저 말은 뭐, 그야말로 적당히 유명한 말이다. 아무나 연애편지를 쓰며 옮겨적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조금 더 식견이 넓은 사람이니 적는다. 처음 저 말을 적을 때에는 진심이었다. Y와 사이에 다가온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해 고른 말. 그 예쁜 마음을 이정표로 박아 그녀를 사랑했다. 편지를 쓸때 수차 인용했다. 언제나 돌아볼 수 있는 그때 그 마음.

시간이 지나며 점점 편지를 안 쓰고,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 또 저 말을 쓴다. 사랑이 모든것을 이기지 못함을 이미 깨달은 후에도. 물론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길지도 모른다. 그저 이제 사랑이 아니게 된 것이 패배한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시간 앞에서 풍화되는 모든 것들.

쓰고 또 써 이제 아무 의미도 없어진 단순한 기호의 나열, 기의 없는 기표, 의미의 파도 위를 부유하는 부표같은. 말은 예쁘니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착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끈만 툭 끊어지면 이제 해양쓰레기.

반복이 의미를 침식한다.
빈도가 마음에 반비례한다.
반복된 물결이 침식이 아닌 퇴적을
높아진 빈도가 희석이 아닌 심화를
가져올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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