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앞의평등

법 앞의 평등이 법치국가의 지상과제 내지 동어반복인 것과 별개로, 불법의 평등이란 없다!라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평등이란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대하는 것이라는 상대적 평등의 이념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헌법시간같은 소리는 법학도면 다 아는 얘기고 비법조인이면 딱 저 멘트 이상은 굳이 공부할 필요 없는 얘기고... 요지는 뭐 내가 불법을 저질렀지만 쟤도 했는데 왜 나만 처벌/배상시키냐? 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일견, 아니 당연히 타당한 얘기고, 뭐 내가 주말에 불법주차하다 걸렸는데 세상 모든 불법주차자들을 다 잡을 때까지 나는 과태료를 낼 수 없다고 뻐팅기면 경찰만 100만명쯤 뽑기 전에는 치안집행이 불가해지지 않겠는가(참고: 2020년 말 기준 경찰 수는 총 12만명 좀 넘는다). 뭐 맞는 말이긴 한데... 회사 앞 온갖 종류의 누구를 잡아 가두라는 시위들을 보다 보면, 참 불공평하고 비열한 말 같기도 하다. 법이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한없이 약해지면서 하찮은 이들에게는 누구보다도 엄정하게 칼날을 휘두르며 정의를 집행하는 모습이 과연 평등하고 정의로운가? 불법이란 법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법의 이면인데 법앞의 평등과 불법의 불평등이 공존할 수 있는 논리인가? 현실적 제약이라는 건 무단횡단 주정차위반 단속에나 써야 하는 말이 아닌가? 법은 결국 지배계층이 정한 통치논리에 불과한가? 유스티티아의 안대는 무엇을 보지 않으려고 가린 눈인가?

그냥 뭐 그런 생각이.. 문뜩 들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