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렇게 있다 보니까 결국 말이 약해지는거지. 사랑이 모든 걸 이긴다고 해 봤자 시간 앞에 모든 건 풍화되니까.

그렇게 사귀면서, 사랑이 나를 미는 게 아니라 관성이 사랑을 밀고 있을 때,

적당히 수업 끝나고 모텔가서 씻고 치킨시켜먹고 섹스하고 예능좀 보고 나와서 떡볶이랑 술 사들고 들어가서 다시 먹고 섹스하고 자고, 서울대입구 모텔촌 앞에 떡볶이집이 참 많았어. 지금도 있을라나? 유정이네 떡볶이란데가 되게 맛있었는데, 거기가 특별한게 깻잎, 깻잎을 잘라줬었거든. 그게 되게 잘 어울려서 맛있었어 되게 단 양념에다가.

근데 거기도 어느 순간부터 깻잎 안 얹어주더라. 그래, 특별했었는데, 비용문제겠지. 물가는 오르고 떡볶이 값은, 뭐 요즘이야 미친듯이 오르지만 그 무렵에는 그러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조금씩 하나하나 빼나가는거지 뭐. 돈 든다고 조금씩 빼나가고 줄여가다 보니까, 그래도 한동안은 계속 먹어왔으니 거기로 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거기서 먹을 필요가 없는, 특별하지가 않은. 딴데도 가볼까? 오늘은 맥도날드? 하면서.

 

아.

 

그게 내 연애였네. 딱 그쯤부터였던 것 같다. 깻잎을 안 주기 시작할 무렵. 귀찮으니까, 대충 이 정도면 적당히 좋으니까, 얘도 좀 징징거리긴 해도 별 말 안하니까. 점점 관악구 밖으로 나가질 않게 되고, 그 안에서도 영화관 모텔방 정도만 전전하고, 살은 점점 찌고. 그래도 계속 만나왔으니 계속 만나기는 하지만, 어느 순간 연락도 그렇게 많이 안 해서, 서로 무슨 회사에 지원을 하는지, 어디 로스쿨에 지원을 하는지. 그런것도 모르게되다가, 끝났네. 그렇네.

언제부터 사랑이 아니게 된 걸까?

모르겠다 야.

돌아보면 참 많이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기억이 없다. 분명 처음에는 여기도 저기도 온 서울을 서울밖을 쏘다니고 그렇게나 불타오르다가, 어느 순간부터 매일매일 똑같은 어제 오늘에 침대에 누워 보고 있는 예능 제목만 달라지는, 그런 연애를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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