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희망

나는 오래전부터 그것과 섞였다, 습관은 아교처럼 안전하다.

모든 것이 엉망이다, 예정된 모든 무너짐은 얼마나 질서정연한가

10월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추억들은 / 갑자기 거칠어진다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 아무런 잘못도 없다

그 집 앞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 나 그 술집 잊으려네 / ㅣ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지만 /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 나 그 술집 잊으려네 /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노인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빈집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비가 - 좁은 문

쓸쓸한 애벌레들의 행렬을

3월의 스케이트장처럼 다가오는 징조를 / 곧이어 비참한 기억으로서 되살아날 / 숨가쁜 유혹의 덫이 그리움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을

희망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 언제부턴가 너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그 다음 부분은 사족이라 생각함) - 시 세계 전체에서 희망이란 것이 어떤 식으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좀 더 생각해볼 여지는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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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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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으나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나의 삶에 대한 부정일 수도 있고, 기적적이지만 기적 따위는 없으므로 나의 삶은 필연이라는 애처로움일 수도 있고,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인한 것인가, 보라.

!는 안 어울림. 그렇게 외칠 종류의 말이 아니라.

나는 "존재"하는 것이므로 기적은 필요 없다. 이미 존재로서의 실증이 당위나 우연에 앞서기 때문에

 

영혼이 새까만 상처입은 즘생과 같은 그런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사실 진짜 영혼이 새까만 사람들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유약하고 여린 선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고통받고 고민하는 법이라.

나를 펼쳐보아 검은 영혼을 본 자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 내 영혼은 까맣게 참이니까 혹은 참과 거짓이 없는 기적과 요행이 없는 영혼의 한 지점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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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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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외톨이가 되었지만 대학을 떠나기는 두려웠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 백양로랑 관계가 있나? 맞나보네

백양로가 실제로 백양나무가 심어져 있었어서 백양로였구나...

연대 캠퍼스가 참 예쁘긴 예뻐 평지에 있어갖고 로망 그자체...

관악이나 안암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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