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으나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나의 삶에 대한 부정일 수도 있고, 기적적이지만 기적 따위는 없으므로 나의 삶은 필연이라는 애처로움일 수도 있고,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인한 것인가, 보라.

!는 안 어울림. 그렇게 외칠 종류의 말이 아니라.

나는 "존재"하는 것이므로 기적은 필요 없다. 이미 존재로서의 실증이 당위나 우연에 앞서기 때문에

 

영혼이 새까만 상처입은 즘생과 같은 그런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사실 진짜 영혼이 새까만 사람들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유약하고 여린 선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고통받고 고민하는 법이라.

나를 펼쳐보아 검은 영혼을 본 자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 내 영혼은 까맣게 참이니까 혹은 참과 거짓이 없는 기적과 요행이 없는 영혼의 한 지점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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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외톨이가 되었지만 대학을 떠나기는 두려웠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 백양로랑 관계가 있나? 맞나보네

백양로가 실제로 백양나무가 심어져 있었어서 백양로였구나...

연대 캠퍼스가 참 예쁘긴 예뻐 평지에 있어갖고 로망 그자체...

관악이나 안암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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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렸다

어떤 그림자는 캄캄한 벽에 붙어 있었다

눈치챈 차량들이 서둘러 불을 껐다

건물들마다 순식간에 문이 잠겼다

멈칫했다, 석유 냄새가 터졌다

가늘고 길쭉한 금속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잎들이 흘끔거리며 굴러갔다

손과 발이 빠르게 이동했다

담배불이 반짝했다, 골목으로 들어오던 행인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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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게이설의 주 레퍼런스 중 하나...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사실 마지막 행을 제외하면 군부에 대한 것으로 보일 여지가 많으나...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질문을 던진단 것은 의심한다는 것, 당위에 대한 도전

쾌락은 같은 종류가 아니어도 되지 아니한가?

왜 하필 "욕망"과 "쾌락"이라는 단어를?

 

혹은 한탄, 사람들의 쾌락이란 것은 왜 하나로 수렴할 뿐인가? 다른 즐거움이란 것을 용납하지 않나?

 

인터넷에는 성매매 단속으로 해석한 것도 있던데 그것도 스토리는 짜여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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